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
경제적으로 그리 여유롭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남들보다 부족한 환경에서 자라며, 저에게 가난이란 부끄럽지는 않아도 제 삶을 충분히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였고, 동시에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 삶의 과제였습니다.
사교육이 중심이 되어버린 지금에 비해 학교 공부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적을 낼 수 있던 시대였고, 덕분에 서울의 괜찮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대학에 진학해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견뎌낸 시간을 지나 졸업 후 치열한 직장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22년간의 직장 생활
운이 좋게도 대기업에 입사했고, 이후 또다른 기회들이 주어져 이직을 통해 여러 좋은 회사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22년이라는 시간을 조직 안에서 보냈습니다.
흙수저 출신이었던 저에게 매달 잊지 않고 통장에 꽂히는 대기업의 월급은 꽤나 달콤했습니다.
번듯한 조직의 명함은 마침내 가난을 극복했다는 안도감을 주는 가장 편안한 방패였으며, 이제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제법 성공한 안정적인 직장인의 삶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좋지 않은 감정이 마음속에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제 이름 앞에는 항상 회사 이름이 먼저 붙었습니다. 성장하는 회사와 함께 나도 따라 성장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어느 순간 그건 착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모든 게 두려워졌습니다. 이 시스템 밖으로 나가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선택지는 줄어들었고, 조직은 언제든 나를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무너지기 시작한 순간
퇴사를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몸이 먼저 반응하면서 찾아왔습니다. 출근을 준비하던 어느 날, 갑자기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이유 없이 극심한 불안이 밀려왔습니다. 그날 이후 비슷한 증상이 반복되었고 결국 그것이 공황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나는 이 상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당시의 저는 공황장애를 인정하는 것조차 어려워했던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주변 사람들이 나를 나약하게 보지는 않을까, 직장 생활에 불이익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애써 숨기고 부정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공황장애는 부끄러운 비밀도 아니고 개인의 의지가 부족해서 찾아온 것도 아닙니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을 찾듯이 마음이 보내는 이상 신호 역시 당연히 치료받아야 하는 질병입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공황장애를 겪게 되면, 저처럼 혼자 감추고 견디려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험자로서 말씀드리자면,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꼭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받기를 권장합니다.
저 역시 상담과 치료를 통해 조금씩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제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퇴사를 결심한 이유
그렇게 저는 22년간 이어온 직장 생활을 내려놓기로 결정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월급을 포기하는 선택을 쉽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그 울타리 안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 선택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이대로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것.
제가 진짜로 원했던 것은 단순한 경제적 안정이 아니라, 내 삶의 주도권을 스스로 쥐고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의 삶과 앞으로의 이야기
지금은 퇴사 후 작은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 지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소득은 예전의 절반 수준도 안되지만 대신 얻은 것들이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가족 간의 관계가 눈에 띄게 좋아졌고, 제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되찾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매일이 불안하고, 여전히 원하는 삶을 향해 가는 과정 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 공간에서는 제가 퇴사 후 직접 겪으며 느낀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나누려 합니다. 그럴듯한 성공담이 아니라, 시행착오와 고민까지 그대로 담은 어쩌면 부끄러운 기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이 서툰 발걸음이 저와 비슷한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때로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