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퇴사 의사를 전하고 나니, 곧바로 다른 질문이 따라왔습니다.
그만두면 뭐 먹고 살 거냐는 그 질문에, 이번엔 제가 스스로 답해야 할 차례였습니다.
소거법으로 남은 선택지
현금흐름은 분명 필요했습니다.
세 식구의 생활비, 아이 교육비,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은 퇴사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회사에서 일과 사람에 치이다 나온 상태였기 때문에
다시 시간을 크게 붙잡는 일에 뛰어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몸은 회사를 떠났지만, 마음까지 다시 그런 압박 속으로 밀어 넣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명확했습니다.
심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업종이어야 한다는 것.
직원을 많이 써야 하는 업종은 제외했습니다
직원을 여럿 두고 운영해야 하는 업종부터 하나씩 지워나갔습니다.
매출이 들쭉날쭉해도 인건비는 매달 고정으로 나가야 합니다.
직원 관리, 스케줄 조정, 갑작스러운 결원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다는 처음의 기준과 출발부터 이미 어긋나 있었습니다.
회사 다닐 때 사람 관리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라서, 굳이 창업하면서까지 그 과정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재고 관리가 필요한 업종도 마찬가지로 제외했습니다.
재고는 저에게 곧 위험 부담이었습니다.
안 팔리면 그대로 손실이 되고, 유통기한이라도 있으면 더 신경 쓸 게 많아집니다.
매출을 정확히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데,
재고관리에 실패해서 팔지 못한 물건들을 버려야 하는 상황을 겪고 싶지 않았습니다.
안정적인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던 저로서는
부담스러운 요소들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음식점과 카페도 제외했습니다
이 두 가지 기준만으로도 음식점은 자연스럽게 제외됐습니다.
인건비도 부담스럽고, 재료 재고도 관리해야 하니까요.
여기에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제가 음식을 만드는 데 소질이 없다는 문제였습니다.
자취할 때 혼자 밥 차려 먹던 게 요리 경험의 전부였던 저에게,
음식점은 애초에 도전할 영역조차 아니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카페도 잠깐 고민은 했습니다.
하지만 커피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고,
이미 골목마다 카페가 넘쳐나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아무 무기 없이 들어가는 셈이었습니다.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니, 더더욱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초기 비용이 큰 업종도 하나씩 지워나갔습니다
스크린골프장이나 프랜차이즈 빵집도 한동안 후보에 올려두고 고민했습니다.
특히 프랜차이즈는 본사의 노하우를 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끌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견적을 알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부담스러웠습니다.
스크린골프는 타석 수에 따라 다르지만,
타석 하나당 4~5천만 원 정도가 필요했고,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려면 5억 원 가까이 있어야 했습니다.
프랜차이즈 빵집도 최소 3억 원이 넘는 창업 비용이 필요해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출까지 받아가며 시작해야 하는 규모였는데,
이제 막 회사를 나온 시점에 그 정도 리스크를 감당하는 건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실패했을 때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국 남은 업종들
이렇게 하나씩 지우고 나니
빨래방,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밀키트 매장, 스터디카페 정도가 남았습니다.
빨래방과 아이스크림, 밀키트 가게 모두
초기 비용이 낮고 무인으로 운영할 수 있어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예상 소득이었습니다.
저희 세 식구의 주 수입원이 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았습니다.
밀키트 가게는 유통기한이 있는 재고를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앞서 세운 기준에 다시 걸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소자본 업종을 여러 개 함께 운영하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매장을 여러 개로 늘리면 결국 관리 범위가 넓어지고,
그건 처음에 세웠던 ‘심적 여유’라는 기준과 다시 멀어지는 방향이었습니다.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매장 하나로 시작하는 편이 저에게는 더 맞았습니다.
그 기준에서 스터디카페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으로 남았습니다.
무인 또는 반무인으로 운영이 가능해 인건비 부담이 적고,
재고 관리에 대한 리스크가 없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빨래방이나 아이스크림가게보다는 객단가 면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스터디카페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어디에 자리를 잡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어떤 기준으로 입지를 선정했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고민을 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