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카페 창업을 결정했지만, 어디에 자리를 잡을지는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스터디카페는 결국 입지 싸움이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기 때문에 가볍게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지도 앱을 켜고 어느 곳에 스터디카페를 차려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일과가 됐습니다.
임대료를 아끼려 서울 밖으로 나가보다
가장 먼저 생각한 건 고정비였습니다. 스터디카페는 초기 투자만큼 매달 나가는 임대료가 수익률을 크게 좌우한다는 걸 여러 사례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임대료를 낮출 수 있다면 그만큼 여유가 생길 것 같아서, 집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인 김포, 광명까지 상가를 보러 다녔습니다.
주말마다 차를 몰고 나가 부동산 몇 군데씩 돌아보는 일정이 반복됐습니다. 그러다가 광명에서 꽤 괜찮은 자리를 발견했습니다.
직전에 태권도장이 있던 곳이었고, 배후 단지 규모에 비해 스터디카페가 많지 않아 승산이 있어 보였습니다. 실제로 계약 직전까지 이야기가 진행됐고, 계약서 조건까지 조율하는 단계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계약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운영을 시작하면 회원 응대, 시설 관리, 예상치 못한 문제 처리까지 수시로 오가며 챙겨야 하는데, 집에서 그 정도 거리를 매번 오가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좋은 조건이었지만 결국 그 자리는 계약하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결국 다시 집 근처로
그러고 나서 집 근처를 둘러봤습니다. 다만 서울은 경기도에 비해 임대료가 훨씬 높아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같은 평수라도 보증금과 월세 차이가 꽤 컸습니다. 그래도 관리를 위해서는 집 근처여야 한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매일 신경 써야 할 공간을 멀리 두고 마음 편할 수 없다는 걸, 광명시의 입지를 포기하면서 이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하 매물까지 범위를 넓혀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진동을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마음에 드는 상가를 발견했습니다. 건물은 다소 낡은 상태였지만, 주변 상권과 다른 스터디카페와의 거리를 따져보면 충분히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낡았다는 점을 만회할 만한 장점이 많아 몇 번을 다시 찾아가 살펴본 끝에 계약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변 환경이었습니다.
제가 들어갈 자리는 상가 2층이었는데, 바로 위층이 유도 체육관이었습니다. 부동산 사장님과 여러 번 둘러보며 큰 지장은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스터디카페는 정숙함이 생명인데, 위층에서 큰 소음이 난다면 정상적인 운영에 치명적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녁 시간에 다시 방문해서 체육관 관장님께 박카스 한 박스를 사 들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제 사정을 설명하고 아래층에 스터디카페를 준비 중인데 진동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관장님은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같은 자영업자 입장이라 그런지 걱정했던 것보다 너무 잘 협조해주셨습니다.
제가 아래층에서 전화로 “지금이요” 하고 신호를 보내면, 관장님이 업어치기 등의 기술을 걸어주시기로 했습니다. 잠시 후 생각보다 훨씬 큰 진동과 함께 ‘쿠웅’ 하는 소리가 바닥을 타고 올라왔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을까 싶어 마음을 놓으려던 순간, 관장님이 다시 여러명이 낙법을 해보겠다 하셨고 또 한 번 엄청난 진동과 소음이 이어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마음을 접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다행이었습니다. 이 확인을 하지 않고 계약부터 했다면 되돌릴 방법이 없었을 테니까요.
만원도 안 되는 박카스 한 박스가 억 단위의 실수를 막아준 셈이었습니다.
결국 도보 15분 거리, 지하 1층
그렇게 다시 찾은 곳이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주택가 골목의 지하 1층이었습니다. 지하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습니다.
회원들이 지하로 들어오길 꺼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임대료 수준을 생각하면 아낀 비용을 시설 투자에 쏟아 충분히 경쟁력을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원래 노래방으로 쓰이던 공간이라 약간의 권리금과 철거 비용까지 더해져 초기 비용이 조금 더 들긴 했지만, 그렇게 최종적으로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김포와 광명, 그리고 유도 체육관 아래층까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야 얻은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이 텅 빈 지하 공간을 어떻게 채울지가 새로운 숙제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