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맛집이 되어버린 스터디카페

가격을 정하는 것만큼 고민됐던 부분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스터디카페 회원들에게 제공할 간식과 음료를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가격은 초기에 정하면 바꾸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간식이나 음료는 상황에 맞춰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우선 운영을 해보면서 조금씩 고쳐나가기로 했습니다.


스터디카페 간식, 처음엔 아낌없이 채웠습니다

스터디카페 간식 관련하여 오픈 초기에는 욕심을 좀 냈습니다.

커피 머신에는 시중에서 상당히 높은 가격대의 원두를 채워 넣었습니다. 그 외에 믹스커피, 각종 티백, 캔디류, 페트병 음료까지 준비했습니다.

커피, 음료, 간식을 준비하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었지만, 새로 문을 연 곳이니 첫인상을 좋게 남기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시설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작은 것 하나까지 신경 쓴 매장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준비해둔 간식을 회원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했고, 이 정도는 투자할 만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예상 못 한 일이 생겼습니다

고급 원두를 써서인지 예상보다 커피 소비량이 훨씬 많았습니다. 처음엔 회원들이 맛있게 마셔주는 게 다행이라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커피를 몇 잔씩 내려 텀블러에 담아가는 회원이 보였고, 회원을 따라온 친구가 커피만 뽑아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최소 결제 금액만 결제한 뒤 간식과 커피만 챙겨가는 분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낯선 사람이 들어와 커피만 내리고 나가는 걸 보고, 회원이 맞는지 확인해본 적도 있었습니다.

페트병 음료도 비슷했습니다.
일부 회원이 전부 다 마시거나, 커피와 마찬가지로 텀블러에 담아서 나가기도 했습니다.

스터디카페를 열었는데 어느새 무료 간식 맛집처럼 되어가는 분위기였습니다.

원두와 간식 비용은 계속 늘어가는데, 그 소비가 정작 공부하는 회원들을 위한 건지 알 수 없어졌습니다. 회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려던 마음이,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조금씩 변화된 스터디카페 간식

몇 주를 더 지켜봤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원두를 조금 저가형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좋은 걸 드리고 싶었던 마음을 접는 게 아쉬웠지만, 계속 유지할 자신이 없는 걸 무리해서 끌고 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원두를 바꾼 뒤로는 그런 부작용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원두 가격 자체가 많이 올랐습니다. 그런데도 소비량이 줄어 처음보다는 부담이 덜한 상황입니다.

페트병 음료 제공도 중단했습니다. 처음부터 일부 회원들만 음료를 마셨던 터라, 크게 문제 삼는 분은 없었습니다. 다만 하루에 페트병 하나씩 혼자 마시던 회원이 왜 음료가 없는지 물어봐서, 일부 회원이 혼자 다 마시거나 가져가기도 해서 정리했다고 했더니 별다른 말 없이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니, 다 좋을 수는 없었습니다

좋은 원두, 다양한 간식, 넉넉한 음료. 처음엔 이 모든 걸 다 갖추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원두를 바꾸고, 페트병 음료를 정리하면서 잘하고 싶은 마음만으로는, 지속적인 운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격은 주변 시세와 손익분기점을 따져 합리적인 기준을 세울 수 있었지만, 간식은 운영을 해보고 나서야 어디까지가 적당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야, 지금의 균형을 찾았습니다.

지금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간식과 음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아쉽지 않은 것들은 하나씩 줄이고, 티백이나 기본적인 믹스커피처럼 관리 부담이 적고 회원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은 그대로 남겨뒀습니다.

화려함을 덜어내는 대신,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을 택한 셈입니다.

운영을 하다 보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큼이나 계속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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