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느껴진 좋은 변화
퇴사 후 좋은 점 중 가장 먼저 체감된 것은
시간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우선 월요일이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직장인 시절에는 금요일 퇴근할 때가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행복은 늘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토요일 저녁만 되어도 묘한 불안감이 밀려왔습니다.
‘내일을 알차게 보내지 않으면 또 한 주를 버텨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일요일은 온전히 쉬지도 못했습니다.
다가올 한 주에 대한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
쉬고 있음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쉬는 날의 편하게 쉬어야 할 시간이
다음 한 주를 미리 걱정하는 시간이 되어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행복한 날들보다 견뎌야 하는 날이 더 많다는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당시에는 이게 그냥 평생 함께 해야 하는
‘불치병’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퇴사를 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습니다.
대신 날짜에 대한 감각이 조금 흐려지는 부작용이 있기는 합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헷갈리는 날도 종종 있어서,
가끔 TV를 보다가 “이 프로그램이 왜 오늘 하지?”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직장인의 반려질환인 월요병이 사라진 만족감이 훨씬 크게 다가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퇴사 후 마주한 불안과 현실
물론 퇴사를 하면 당연히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매달 들어오던 안정적인 소득이 사라지면서 찾아오는 불안감,
가족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미안해지는 순간들,
그리고 익숙해져 있던 사회적 지위에서 내려오면서 느껴지는
약간의 허무함 같은 것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느끼게 된 것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감안하더라도
퇴사를 고려할 만큼의 충분히 좋은 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나의 기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일상 자체를 바꾸는 변화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사람과 일정으로부터의 해방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사람과 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거의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직장에서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매일 같은 사람들을 보고,
피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억지로 만날 필요도,
누군가가 정해준 일정에 하루를 끌려다닐 일도 없습니다.
하루를 어떻게 쓸지,
얼마나 바쁘게 보낼지,
혹은 완전히 비워둘지까지 전부 제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일정이 비어 있으면 괜히 불안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숨통이 트이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체감이 컸던 변화 중 하나는
회의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꼭 필요하지 않은 회의,
결론 없이 길어지던 시간들,
형식적으로 참여해야 했던 자리들.
이런 것들이 사라지고 나니,
하루의 밀도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하루가 바쁘게 흘러가는 경쾌함은 줄었지만,
대신 시간을 스스로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은 훨씬 커졌습니다.
독서와 취미, 나만의 시간
퇴사 이후에 생긴 또 하나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독서 습관이 자리 잡았다는 점입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바쁘다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책을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퇴근하고 나면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고,
주말은 쉬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이제 바쁘다는 핑계를 댈 수 없어졌습니다.
시간도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는 상황이 되다 보니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책임감 같은 것도 생겼습니다.
요즘은 집 근처 도서관에서
정기적으로 책을 빌려와 읽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도서관에 가서 읽을 책들을 고르고
빌려온 책들을 대여기간 안에 다 읽어내고
다시 반납하러 가는 이 반복이
생활에 좋은 리듬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소하지만 행복감을 주는 변화가 또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
저는 야구와 축구 시청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회사에 다닐 때는 해외 경기 시간대가 늘 걸림돌이었습니다.
유럽축구는 새벽까지 보자니 다음 날 출근이 힘들고,
메이저리그 야구는 새벽을 지나 업무시간 중에도 이어지니
보고 싶어도 챙겨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보고 싶은 경기를
다음 날 일정 걱정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스포츠 중계 채널 시청을 위한 추가 비용이 조금 들긴 합니다.
그래도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큼 즐거운 변화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퇴사,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돌아보면 퇴사 이후의 삶은
엄청나게 특별한 일이 생겼다기보다는
사소한 것들이 하나씩 편해지고,
그게 쌓이면서 전체적인 삶의 밀도가 달라진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내 시간을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있었습니다.
물론 앞에서 말한 것처럼
불안감이나 현실적인 고민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퇴사가 누구에게나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퇴사는 단순히 일을 그만두는 선택이 아니라
삶의 방향과 기준을 다시 정하는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퇴사 후 힘들었던 점이나 현실적으로 부딪히게 되는 문제들은
다음에 따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퇴사 이후의 삶이
이 글을 통해 조금은 구체적으로 그려졌다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상황과 선택은 모두 다르겠지만,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