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느껴지는 좋지 못한 감정들
지난 글에서 퇴사 후 좋은 점들을 이야기했지만,
당연히 모든 것이 좋아질 수는 없습니다.
직접 퇴사 후 삶을 경험해보니
생각보다 자주 마주하게 되는 불편한 감정들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퇴사 이후 느꼈던
조금은 현실적인 부분들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이유 없이 찾아오는 불안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감입니다.
퇴사 전에는
매달 정해진 날짜에 급여가 들어오는 게 너무 당연했는데,
그 당연함이 사라지자
별일이 없어도 괜히 마음이 불안해지는 순간이 생깁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크게 느꼈던 변화 중 하나는
‘하루의 가치’를 체감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하루가 힘들고, 딱히 보람차지 않았던 날이라도
“그래도 오늘 하루 일한 만큼의 급여는 벌었다”는
소소한 성취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월 급여를 출근 일수로 나눠서
오늘 하루 얼마를 벌었다는 식의
눈에 보이지 않는 보상이 존재했던 셈입니다.
그게 하루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최소한의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하루가 지나도 눈에 보이는 소득은 없고,
무언가를 했다는 확실한 결과가 남지 않는 날에는
“오늘 나는 뭘 한거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시간은 분명 흐르고 있는데
그 시간이 어떤 가치로 남았는지 애매하게 느껴질 때,
그 허망함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옵니다.
이 감정은 특히 휴일이 많은 달에 더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공휴일이 많으면
그만큼 쉴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번 달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지나가는 건 아닐까” 하는
묘한 공허함이 더 크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가끔은 부끄럽게도
‘어차피 회사에 다녔어도 쉴 수 있었던 날인데’라는
조금은 이기적인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절대적인 시간이 많아졌다고 해서
그 시간이 곧바로 여유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오히려 이전의 직장 생활과 자꾸 비교하게 되었고,
그 비교가 쌓일수록 지금의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결국 제 행복감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
개인적으로 저를 가장 오래, 그리고 깊게 붙잡았던 감정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이었습니다.
퇴사를 할 때만 해도
이 결정은 어디까지나 저 혼자 감당해야 할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이 결정이 저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분명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은 여전히 평소처럼 저를 대하고,
특별히 다른 말을 하지 않는데,
그럴수록 오히려 더 신경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저도, 가족도 서로 괜히 눈치를 보는 것 같고,
별것 아닌 순간에도 마음이 불편하고 조심스러워지기도 했습니다.
‘내가 조금만 더 버텼으면 어땠을까’
‘가족들에게 괜한 부담을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곤 했습니다.
특히 돈과 관련된 고민이 생길 때나,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순간에는
저도 모르게 더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이 감정은 단순한 걱정보다는 조금 더 복잡했습니다.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과,
그만큼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미안함과 뒤섞여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감정은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조용하게, 그리고 꽤 오래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루를 스스로 채워야 한다는 부담
회사에 있을 때는,
출근, 업무, 식사, 회의, 퇴근까지
하루가 정해진 흐름 안에서 흘러갔습니다.
반대로 지금은
무엇을 할지,
언제, 어떻게, 얼마나 할지
전부 스스로 정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이 점이 꽤 자유롭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대로 비어버리는 하루를
직접 마주하게 됩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더 힘들게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가벼운 말들이 신경 쓰일 때
주변에서는 큰 의미 없이 물어보는 말일 수도 있지만,
“요즘 뭐해?”
“앞으로 계획은 있어?”
이런 질문들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신경이 쓰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넘겼던 말들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그럴듯한 대답 하나쯤 준비해둬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그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 생기면
은근히 지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내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납득시켜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괜히 사람을 만나는 일을
조금씩 미루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는 변화였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분명 존재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퇴사를 후회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불편한 감정들까지 포함해서
지금의 상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익숙해졌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가 조금 단단해지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퇴사는 단순히 편해지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는
다른 종류의 고민을 마주하게 되는 변화에 더 가깝다는 점입니다.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좋은 점뿐만 아니라
이런 현실적인 부분들도 함께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저 역시 직접 겪어보면서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고민들이 이어졌고,
그 과정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진다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