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로 지하 스터디카페라는 약점을 최대한 만회하려 했던 이야기를 지난 글에서 다뤘습니다.
계약할 때부터 걱정이 앞섰던 조건이었는데, 막상 운영을 해보니 지하 매장의 장점도 하나둘 눈에 들어왔습니다.
햇빛은 없지만, 온도는 안정적이었습니다
지하 스터디카페 특성상 당연히 햇빛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칫 어둡고 칙칙해 보일 수 있는데, 이건 내부를 최대한 밝은 톤으로 꾸미면서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대신 뜻밖의 장점이 있었습니다.
여름엔 지상 매장보다 상대적으로 덜 덥고, 겨울엔 덜 추웠습니다.
한여름에도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서늘한 기운이 먼저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회원들에게 듣기도 했는데, 저 역시 매일 출근할 때마다 그 온도 차이를 몸으로 느꼈습니다. 지하라서 온도 변화가 지상보다 훨씬 완만하다 보니, 냉난방에 들어가는 부담도 그만큼 줄었습니다.
처음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매달 관리비 명세서를 보면서 체감하게 됐습니다.
다른 곳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지인은 2층 매장이었는데, 여름철 전기요금 고지서를 서로 비교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비슷한 평수인데도 저희 쪽 냉방비가 확실히 적게 나왔습니다.
대략 계산해보니 지상 매장 대비 20% 이상 절감된 수준이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지하 스터디카페라는 조건이 마냥 손해만은 아니라는 걸 숫자로 확인했습니다.
계약 당시엔 지하라는 조건이 임대료는 저렴한 대신 감수해야 할 단점만 많은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매달 지출되는 고정비를 보면서, 이 부분만큼은 오히려 지하가 유리했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여름과 겨울 냉난방비가 특히 부담스러운 업종이다 보니, 이 차이는 운영에도 꽤 실질적인 도움이 됐습니다.
지하 스터디카페, 소음에서도 한 걸음 멀리 있습니다
지상에 있는 매장이었다면 차 소리, 사람들 지나다니는 소리, 옆 상가의 소음까지 신경 쓸 일이 많았을 겁니다. 지하는 그런 바깥 소음으로부터 자연스럽게 한 걸음 떨어져 있었습니다.
조용한 환경이 생명인 스터디카페 입장에서는 이 점이 은근히 큰 장점이었습니다.
회원들 중에서도 유독 조용한 분위기를 찾아 다른 지상 매장에서 옮겨오신 분들이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로변이나 상가 밀집 지역에 있는 매장은 아무래도 외부 소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하셨습니다.
지하라는 조건이 그런 분들에게는 오히려 선택의 이유가 되어준 셈이었습니다.
조용한 공간을 찾아 이곳까지 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처음엔 걱정거리였던 조건이 누군가에게는 결정적인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대신, 쾌적한 환경은 직접 만들어야 했습니다
물론 이런 장점이 그냥 주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지하는 창문이 없어서 자연 환기가 되지 않습니다. 가만히 두면 공기가 탁해지기도 하고, 습기도 쉽게 찹니다. 오래 머무는 공간이니만큼 이 부분은 절대 소홀히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기순환기를 공들여 설치했습니다. 이름과 같이 외부 공기를 끌어들여 순환시키는 설비인데, 창문 하나 없는 공간에서 이만큼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설치 비용이 적지 않았지만, 회원들이 오래 앉아 있는 공간인 만큼 이 부분에 돈을 아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습기도 따로 마련해서 꿉꿉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특히 여름철에는 제습기를 거의 쉬지 않고 돌려야 했습니다.
습도계 수치를 매일 아침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고, 수치가 조금만 올라가도 바로 제습기를 켜뒀습니다.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그 덕분에 지하 특유의 눅눅한 냄새 없이 쾌적한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은 사람 손이 채우는 것들
공기순환기와 제습기에 들인 비용과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쾌적함은 없었을 겁니다.
지하에 있어서 냉난방비를 아끼고 조용한 환경을 얻은 대신, 공기와 습도만큼은 매일 사람 손으로 채워야 했습니다.
처음 이 자리를 계약할 때는, 지하라는 조건이 그저 감수해야 할 약점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주어진 조건보다 그 조건을 대하는 태도가 더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온도와 소음 측면의 장점은 저절로 따라왔지만, 공기와 습도 관련 단점은 극복해야 했습니다. 결국 이 공간을 지금처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지하라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매일 조금씩 신경 써온 시간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