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제주 한달살이

어디로 갈 것인가

익숙한 공간을 떠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지낼지에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침 아이는 다음 해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기에, 유치원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한 달 정도 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우선 해외는 여건상 부담이 되어 자연스럽게 국내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강릉, 남해, 전주 등 한 달을 살아볼 수 있는 여러 지역들을 후보에 올려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각 지역마다 장점이 분명했고, 어디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한 달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여러 선택지 사이를 오가다 보니 하나의 기준이 생겼습니다. 기왕 떠나는 거라면, 조금은 더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풍경 속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기준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제주도였습니다.

한달살이로 많이들 찾는 곳이기도 했지만, 바다를 건너 섬에서 살아본다는 경험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충분히 의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아이가 바다를 좋아하기도 했기에, 우리의 한달은 제주도에 맡겨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공간에서 살 것인가

목적지가 정해지자 그 다음은 ‘어떤 형태의 집에서 살 것인가’하는 고민이 남았습니다.

한 달 동안 지낼 공간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짧은 여행에서 잠시 쉬고 자는 숙소와는 달리, 생활의 대부분이 이루어질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숙소 예약 사이트를 여러 개 오가며 비교해봤습니다. 한 달치 비용을 미리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를 먼저 확인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에어비앤비를 중심으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실제 이용자만 이용후기를 작성할 수 있는 구조라 믿고 볼 수 있었고, 숙소 정보도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예전에 다른 여행에서 이용했을 때의 만족도가 꽤 높았던 것도 선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에어비앤비를 중심으로 숙소를 좁혀 나가며, 위치와 주변 환경, 그리고 한 달 동안 생활하기에 무리가 없는 시설인지에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이 아니라 ‘생활’이었기 때문에, 숙소를 고르는 기준도 그에 맞춰 달라졌습니다. 호텔이나 리조트가 아니라 세 식구가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집’의 형태가 필요했습니다.

직접 가서 확인할 수는 없었기에 사진과 후기로 수많은 숙소들을 비교하며, 하나씩 조건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 계절은 휴가철은 아니어도 제주 한달살이 기준으로는 성수기였는지 가격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한 번만큼은 금액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가장 마음에 드는 곳에 머물고 싶었습니다.

바다가 가까운 곳도 있었고,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곳도 있었으며,
조용한 대신 이동이 다소 불편해 보이는 곳도 있었습니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 생각보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더욱이 양가 부모님도 한 번씩 초대하자는 계획을 세웠던 관계로 방이 하나인 곳은 자연스럽게 제외되었고, 공간적으로 조금은 더 여유 있는 구조를 찾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의 선택은 서귀포시 남원 위미리의 한적한 마을에 있는, 자그마한 정원이 딸린 2층 독채가 되었습니다.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자는 로망이 있었기 때문에 작더라도 바비큐가 가능한 정원이 꼭 필요했습니다.

제주에서는 주로 차량으로 이동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교통의 편의성보다는 공간의 분위기와 생활의 안락함을 더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양가 부모님을 마중나가고 다시 배웅하는 과정에서 공항과의 거리가 꽤 멀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소 주변의 조용한 분위기와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은 우리가 기대했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그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어떻게 갈 것인가

이동 방법을 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부분은 차량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제주에서 차량을 렌트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렌터카 비용이 제 짐작보다 너무 높았고, 고민 끝에 제 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결정하고 나니, 이번에는 차를 어떻게 제주도로 옮길지가 또 하나의 고민으로 남았습니다.

차를 제주도로 가져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직접 배에 싣고 함께 이동하는 방법과, 차량만 따로 보내는 탁송 방식입니다. 탁송은 다시 로드 탁송과 캐리어 탁송으로 나뉘는데 각각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탁송 방식로드 탁송캐리어 탁송직접 운전 및 선적
이동 특징탁송 기사님이 차량을 직접 운전해 이동대형 트럭에 차량을 실어 이동목포항까지 직접 운전 후 차량 선적
비용 수준상대적으로 저렴한 편로드 탁송 대비 약 1.5배 수준으로 가장 높음가장 저렴
장단점주유비 발생 및 주행거리 증가, 이동 중 돌발 상황이나 외부 환경 노출 부담 존재외부 노출이 적고 주행거리가 늘어나지 않음장거리 운전 피로도가 있으나, 이동 자체를 특별한 여행 경험으로 만들 수 있음

결국 선택은 비용과 편의성, 그리고 차량 상태에 대한 우선순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몸이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이 비용을 아껴 제주도에서 더 맛있는 것 먹고 더 좋은 곳에 다니는 데 쓰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이른 새벽, 목포항까지 직접 운전해 가기로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선택은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남았고, 바다를 건너 제주도로 향하는 그 시간은 이미 일상의 흐름에서 벗어나는 시작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조금 다른 시간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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